전시 작품

오, 나의 ㅂㅇ (2023, FHD, 싱글채널 비디오, 사운드(스테레오), 62분 + 가변크기, 아크릴과 물, 300X100X30cm)

나는 ㅂㅇ (2023, FHD, 싱글채널 비디오, 사운드(스테레오))

구름, 사랑의 관측술, 가죽끈 (2023, 종이 위에 인쇄)

Cyborg... AirDrop (2023, 가변크기) 




전시일정 및 장소

10월 8일(일) - 10월 12일(목) 10시 - 18시

경기상상캠퍼스 공간1986 1층 멀티벙커

월요일 휴관 ㅣ 관람료 무료




작가노트

 <오, 나의 부이>는 전시 제목이 그러하듯 ‘나’의 ‘부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내가 부이를 소유하고 있다거나 그에게 일방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단 오히려, 내가 한 인간으로서 기계인 부이와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된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의미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여기서 말하는 부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야겠다. ‘부이’는 해양관측을 위해 바다에 띄워놓은 시설물을 말한다. 그는 기계로서 바다의 수온, 유향과 유속, 파고와 파주기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30분 단위로 전송한다. 그 데이터들은 기상예보, 재난과 사고 예방, 어업량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데, 과거 해상사고의 실종자를 수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제주시 한림 선적 32명민호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7시 44분쯤 선원 총 7명을 태운 채 제주항 북서쪽 2.6㎞ 해상에서 전복돼 표류하다가 30일 오전 제주항 서방파제와 충돌한 뒤 침몰했다. 해경은 전력 수색에 나선 끝에 사고 후 15일간 인근 해상과 방파제에서 선원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비록 1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으나 해상사고가 발생하면 조류 탓에 시신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당시 해경의 수색 작업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한 해양예측시스템(KOOS)이 동원됐다. 이 시스템은 바다의 복잡한 조류와 해상 상황을 예측하는 분석 프로그램이다. 2일 부산 영도구 해양과기원에서 만난 권재일 해양재해재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해양 조난사고가 매해 10% 이상 늘어나며 빠르고 정확한 해양환경 예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기존 예측에 드는 시간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예측 기간도 3일에서 7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부이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창작자로서 부이를 생각과 감정을 가진 존재로 상상하고 인격화하는 시도를 통해 그와 관계맺기를 실험했다. 내가 왜 그러한 시도를 했는지에 관한 설명은 아래의 인용문과 전시작품으로 대신하겠다.


 그래서 라투르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사물들의 정치적 역량을 진지하게 고려하면서 “사물들의 의회”(parliament of things)41)를 기획한다. 라투르의 기획처럼 인간이 다른 존재들의 반응들을 정치적 목소리로 반영하는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들에 개방적인 민주주의를 설계하는 이론”을 참고하여, 사물-정치의 구상을 시도할 수 있다. 인간중심적인 사유와 철학에서 배제된 사물의 목소리, 그것을 인간의 목소리로 재연할 수는 없지만, 사물과의 기호교환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윤리적 책임 (responsibility)을 “응답-능력”(response-ability)으로 구상할 수 있는 정치를 말한다. 책임의 원인을 찾아 책임을 묻고 부과하는 것보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인간중심적인 우리의 시야에서 들리지 않는 비인간 존재들의 소리에 ‘응답하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사이보그는 자연/인공, 정신/육체, 자연적 발달/외부적 설계의 이분법적 경계들을 넘어, 물질/비물질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서, 사이보그는 이미 인간-기계의 혼종으로서, 물질과 더 불어 삶을 함께-만들어-나가는(sympoietic) 존재로서, 그러한 이분법 의 경계들을 교차휭단적으로 넘어간다. 이미 초소형화된 의료장비들이 인체 내부로 삽입되고, 시력을 보정하기 위한 외부장치들 예를 들어 안 경과 같은 인공장치들이 신체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 기계, 자연/인공, 유기체/비유기체 간의 경계는 더 이상 ‘인간’을 규정하는 경계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 사이보그적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인간 역량’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과 비유기체적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역량, 즉 존재 역량(capability for existence)을 고려해야 한다. **



*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49231

** 박일준,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 시대 인간의 존재역량:해러웨이의 공-산, 베넷의 사물정치생태학 그리고 바라드의 내부적-작용에 대한 성찰>, 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인간연구 제44호(2021/여름)): 57-58p. 




지원

2023 수원문화재단 문화예술창작지원 선정작

2023 ARKO X 예술나무 크라우드펀딩 매칭 지원사업 선정작